1. 서 론
1.1 연구의 배경
지하 공간에 위치한 지하철 역사는 매우 폐쇄적인 공간이다. 지하 시설물의 공간적 특성에서 기인하는 제한적 환기 능력과 상승 구조의 한정적인 대피 방향은 지하철 역사에서 재난으로 인한 정전, 구조물 파괴, 연기로 인한 시야장애 등의 상황 발생 시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고, 이로 인한 2차 사고 및 대형 인명피해를 발생시킬 가능성이 매우 크다(양기근, 2004). 2003년 발생한 대구 지하철 화재 사례의 경우, 소극적인 초기 대처와 시야장애로 인해 대피가 늦어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으며, 지하 역사의 구조를 잘 아는 사람도 시야장애 등으로 인해 피난경로 파악이 어려웠고 피난 도중 되돌아온 경우가 많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로 인해 피난 속도가 늦춰져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으며 주요 사인은 질식사였다(홍원화와 전규엽, 2005).
이러한 배경에서, 2016년 서울시는 서울 지하철 5~8호선 역에서 화재 상황을 가정하여 피난 대피 시간을 측정하였다. 그 결과, 145개 역사 중 51%(74곳)이 4분을 초과하였으며, 출근 시간 등 혼잡한 경우와 심도 깊은 역일수록 “골든타임”에 맞춰 탈출하는 것은 어려운 것으로 조사되었다. 서울시는 이 결과를 바탕으로 서울 지하철 재난 발생 시 골든타임을 3분으로 규정하고, 시정운영 방향과 주요업무계획을 운영 ․ 시행하고 있다(김영삼과 김광일, 2017).
그러나, 현재 사용 중인 고정된 재난 대응 매뉴얼은 실시간 정보를 바탕으로 한 탄력적 대응에 한계가 있다(류범종 외, 2021). 따라서 실시간 재난 상황에 따라 최적 대피경로를 안내하는 지능형 재난 대응 시스템이 필요한 실정이다. 이러한 지능형 시스템은 피난자 위치 정보와 구조물 상태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하여 개인별 최적 대피경로를 안내할 수 있어야 하며, 대피경로 도출 과정에서 혼잡도로 인한 탈출 속도 감소 및 2차 사고가 고려되어야 한다.
이에 따라, 지능형 재난 대응 시스템에서는 여러 종류의 비정형 데이터를 연계하기 위한 데이터베이스 시스템이 필요하고, 대피 시 예상 밀집도와 전체 피난 흐름에서의 중요성 등 역사 공간의 재난 취약성(중요성)이 분석되어야 한다. 재난 취약성을 평가하기 위한 도구로 네트워크 중심성 이론이 활용될 수 있으며, 도시 ․ 도로네트워크 및 상하수도망, 전력망 등의 네트워크 취약성 분석 연구에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Kim et al., 2021).
1.2 연구의 목적
본 연구에서는 지능형 재난 대응 시스템에 요구되는 지하철 역사 공간의 재난 취약성 분석을 위해, 네트워크 중심성 이론을 활용하였다. 지하철 역사를 네트워크형으로 모델링한 후, 중심성 이론 중 매개 중심성(Betweenness Centrality) 개념을 적용하여 피난 시 대피 용이성 및 취약성을 분석하였으며,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지하철 역사 공간의 대피 용이성 분석을 위한 피난 프레임워크를 제안하였다. 또한, 서울 신분당선 광교 중앙역을 대상으로 한 case study를 진행하여 제안한 프레임워크의 적용성을 검증하였다.
2. 관련 연구
중심성(Centrality) 이론을 활용하여 네트워크 모델의 취약성을 평가하는 여러 연구가 진행되었다. 도로 및 지역 네트워크, 생산공정, 전력 및 상하수도 네트워크 등에서 네트워크 중심성 분석이 이루어졌고 구조적 취약성이 평가되었다.
김석 외(2016)은 도로의 교차로를 노드로 설정하고 물의 이동방향을 링크로 설정하여 홍수범람 네트워크 모델을 구현하였다. 설정된 노드와 링크 정보를 바탕으로 홍수에 따른 물의 흐름 네트워크에 대한 중심구조분석을 실시하여 주요 취약지점과 홍수 방어지점을 도출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였다.
김경태와 송재민(2016)은 서울시 9개 생활권의 도로 네트워크에서 연결정도 중심성(Degree Centrality), 근접중심성(Closeness Centrality), 매개중심성(Betweenness Centrality) 분석을 실시하고 중심성 지표별 차이를 검토하였다. 9개 생활권 전체 도로 네트워크 중심성과 서울시가 지정한 34개의 상습침수지역의 도로 네트워크 중심성을 비교분석하여, 본 연구 방법 및 결과가 도로 네트워크에서 영향력 있는 교차점 및 도로를 식별하고 이를 바탕으로 취약성 분석에 활용될 수 있음을 시사하였다.
Mortula et al.(2020)은 물공급망 시스템의 취약성을 평가하기 위해 물공급망을 네트워크 모델로 구현하고 중심성 분석 및 수리적 분석(Hydraulic analysis)를 실시하였다. 매개근접·고유벡터·조화 중심성 및 클러스링 계수를 기반으로 중심성의 다양한 측면에서 임계노드(critical node)를 식별하고 물 부족 시나리오 상에서의 수리분석을 통해 취약노드를 평가하였다. Mortula et al.(2020)은 평가한 취약성을 바탕으로 물공급망의 회복탄력성(resiliency) 개선 방향을 제시하였다.
Niyirora and Klimek-Yingling(2016)은 응급부서(emergency department, ED)의 과밀현상(overcrowding)을 분석하기 위해 중심성 분석을 실시하였다. ED의 구성체계를 CPT(Current Procedural Terminology) 코드를 활용하여 네트워크 모델로 구축하고, 연결정도·매개·고유벡터 중심성 지표를 통해 가장 중심적인 서비스를 중심으로 임상 서비스(clinical services) 제공 우선순위를 매기는 방법을 제안하였다.
Zhu et al.(2019)은 생산공정 병목현상을 분석하기 위해 생산 공정 단계를 추상화하고 단계 간 실제 영향력을 연결하여 생산 네트워크를 구축하였다. 연결정도근접매개근접성 지표와 생산공정별 계획제조시간을 중심으로 산출한 병목현상 지표를 활용하여 전체 생산공정에서 주요병목현상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였다.
3. 대피 용이성 분석
중심성 네트워크 분석은 전체 네트워크에서 노드의 영향력을 평가하기 위한 척도로 활용된다. 매개중심성(Betweenness Centrality)는 임의 노드쌍의 최단경로에 포함되어 있는 비율로 노드의 중요성을 평가하며, 많은 네트워크 취약성 연구에 활발히 활용되었다.
본 연구에서는 지하철 역사의 재난 대피 시 취약공간을 파악하기 위해 매개 중심성을 활용한다. 중심성 계산을 수행하기 위해서 지하철 역사 공간의 각 층을 균등한 구역으로 나누어 노드로 구성한 네트워크형 모델을 구축한다. 재난 발생 시 재난 대피에 핵심 역할을 수행하는 층간 이동을 효과적으로 모델에 반영하기 위해, 층간 이동에 관여하는 에스컬레이터와 계단을 노드로 설정하고, 직접적으로 이동 가능한 노드 간을 엣지로 관계시킨다. 지하 시설물의 재난 대피 방향은 상향으로 제한되므로, 층간 이동에 관여하는 엣지는 상향의 단일 방향으로 모델링된다.
구축된 모델에 매개 중심성 네트워크 분석(Betweenness Centrality Network Analysis)를 적용한다. 매개중심성(Betweenness Centrality)은 노드 A의 중요성을 A가 아닌 임의 노드쌍 X-Y간 최단경로에 A가 포함되어 있는 비율로 평가한다. 즉 한 공간의 매개중심성이 높다는 것은 임의의 공간에서 다른 공간으로 이동할 때, 그 공간을 지나칠 확률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재난 대피 상황에서 높은 매개중심성을 가진 공간은 임의 공간의 최단 재난 대피경로에 포함될 확률이 높으며 전체 재난 대피흐름을 통제한다. 따라서, 매개중심성이 높은 공간은 재난대피의 핵심구역이자 파괴 시 큰 악영향을 줄 취약점으로 해석될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매개중심성을 재난대피 시 공간활용성 척도로 활용하며, 다음과 같은 식으로 계산한다.
여기서, = 노드 의 매개중심성 값
= 노드 에서 노드 까지의 최단경로 수
중 노드 가 포함된 경로 수
매개중심성 계산은 Neo4J에서 제공하는 프로시저 함수인 Betweenness Centrality APOC(Awesome Procedure on Cypher)를 활용한다. 구체적으로, Neo4j 에서는 최단거리를 구하기 위해 Brandes’ approximate algorithm 과 Dijkstra algorithm 이 사용된다. 또한, Neo4J Bloom을 통해 계산된 중심성 값을 기준으로 시각화하여 재난 대피 시 취약공간을 분석한다.
4. 분석 결과
4.1 광교중앙역 모델
네트워크형으로 모델링하고 네트워크 분석을 실시할 대상 지하철 역사 공간은 서울 신분당선 광교중앙역으로 선정하였다. 광교중앙역은 전형적인 공간구성의 복잡성이 낮은 지하철 역사 구조물로, 이러한 덜 복잡한 구조는 네트워크 분석을 통해 도출된 결과를 검증하기에 유리하다(Kim, 2013).
광교중앙역은 지하 3층으로 구성되며 각 층을 8개의 영역으로 구분하고 노드로 구성한 네트워크형 데이터스키마를 모델링한다. 지하의 층수를 B(Number), 구역구분을 S(Number), 좌우구분을 L/R로 구분하여 영역을 레이블링(labeling)한다. 또한, 층간 이동에 관여하는 에스컬레이터와 계단을 노드로 설정하고 에스컬레이터를 ES(Number), 계단을 S(Number)로 구분한다. 한 영역과 그 영역에서 직접적으로 이동 가능한 영역들 사이를 “연결되어 있음”을 의미하는 “is_connected_with” 엣지로 관계시킨다. 광교중앙역 데이터스키마를 저장할 데이터베이스로 그래프 구조의 자료저장 및 질의가 가능한 그래프 데이터베이스 Neo4J를 사용한다. Table 1에 정리된 광교중앙역 데이터스키마를 나타내었으며, 이를 광교중앙역 이미지에 오버랩 및 시각화하여 Fig. 1에 표시하였다.
Table 1.
Data Schema of Gwanggyo Jungang Station
4.2 매개 중심성 분석 결과
구축한 네트워크 모델을 기반으로 Neo4J을 통해서 매개 중심성을 계산하고 시각화하였다. 총 노드 수는 46, 엣지 수는 108이며 최소 및 최대 매개 중심성 값은 각각 0.0, 168.91이며 평균 매개 중심성 값은 60.61로 계산되었다. 계산된 각 노드의 매개 중심성 값을 Table 2와 Table 3에 정리하였으며, 이를 Neo4J Bloom을 통해 시각화하여 Fig. 2에 나타내었다.
Table 2.
Betweenness Centrality Values of Section Nodes
Table 3.
Betweenness Centrality Values of Interlevel Transition Nodes
Table 2에서 볼 수 있듯, 지하 2층의 중앙 구역인 B2S2L, B2S2R, B2S3L, B2S3R의 매개 중심성 값이 가장 높다. 뒤이어, 지하 1층의 중앙 구역과 계단 및 에스컬레이터로 출구와 연결된 가장자리 구역이 높은 매개 중심성을 가진 것으로 분석되었다. 또한, 대칭 구조를 가진 광교중앙역 구조에 따라 매개 중심성 값 분포 역시 대칭성을 띄며, 가장자리 구역에 비해 비교적 많은 엣지와 관계된 중앙 구역의 매개 중심성 값이 높다. 매개 중심성이 높은 특정 구역들에 매개 중심성이 편중되어 있음을 Table 2와 Table 3에서 확인가능하고, 이들 구역의 매개 중심성 값은 130을 넘으며 평균 매개 중심성 값 60.61과 크게 차이난다. 가장자리 구역 B2S1R, B2S4L, B3S1R, B3S4L의 매개 중심성 값은 0으로 어떤 구역에서의 최단경로에도 포함되지 않으며, 지상 출구 B0E1, B0E2, B0E3, B0E4의 경우는 노드 자신을 제외하고 계산하는 매개 중심성 계산과정에 의해 0으로 산출되었다.
이러한 분포 특징은 Fig. 2에서 효과적으로 파악이 가능하다. Fig. 2에서 원(노드)의 크기가 크고 색이 진할수록 매개중심성 값이 높다. 지하 2층 중앙구역의 원이 크고 진하며, 지하 1, 2층의 중앙구역 원이 전체 네트워크 상에서 두드러지게 크고 진하다. 이는 임의 공간의 최단대피경로 상에서 지하 1 층과 2층의 중앙구역이 높은 비율로 포함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동시에, 특정구역에 중심성이 집중되어 있어, 분산을 유도하는 유동적 대피유도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재난 대피 시 병목현상이 발생할 확률이 높다. 재난상황에 따른 재난 대피 시, 지하 1, 2층의 중간구역에서 피난자가 거쳐갈 확률이 높으며, 이 구역은 전체 재난대피 흐름을 통제하는 핵심구역이자 취약점이 될 수 있다.
5. 결론 및 한계점
본 연구에서는 지하철 역사 공간에 대해 재난 취약성 및 피난 용이성을 평가할 수 있는 프레임워크를 매개 중심성을 활용으로 제안하였다. 또한, 제안한 프레임워크를 실제 지하철 역사에 적용하여 적용성 및 활용 가능성을 검토하였다. 그래프 데이터베이스 플랫폼 Neo4J를 통해 매개 중심성을 계산하고 시각화하였으며, 매개 중심성 분포가 특정 구역에 쏠려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전체 재난 대피 흐름에 주요하게 작용하는 특정 구역이 있으며, 그 구역이 피해를 받거나 병목현상으로 인해 재난 대피로로서의 기능을 상실한다면 재난 대피에 악영향을 줄 수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그래프 구조로 표현된 공간 모델링은 서로 다른 데이터 타입간의 연계에 유리한 구조로, 향후 피난자 위치정보 및 시설물 파괴상태, 구역 밀집도 등의 센싱시스템 정보와의 실시간 연계에 강점을 보일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지하 역사 공간을 균등한 크기의 구역으로 나누어 중심성 계산을 수행하였으나, 실제 재난 대피 시에는 구역에 포함된 기둥, 개찰구 등 방해요소에 의해 대피 용이성이 달라지므로 이를 고려한 추가적 연구가 필요하다. 또한, 계단 및 에스컬레이터의 폭, 높이, 피난 속도 등에 따른 가중치를 적용하여 실제 재난 대피에 대한 더 사실적인 모델링이 표현될 필요가 있고, 매개 중심성을 비롯한 여러 중심성 분석을 실시하여 여러 지표를 통한 종합적인 재난 취약성 평가가 수행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에서 네트워크 분석 기법을 통해 파악된 재난 취약점을 시뮬레이션 또는 실제 공간에서 수행된 실험을 통해 검증할 필요성이 있으며, 이러한 검증 실험은 향후 연구에서 수행될 예정이다.




